제목 : 60년 만에 불타오르는 화장터 -유진규-
이름 : 박시동


등록일 : 2014-12-14 05:11
조회수 : 1517
 




60년 만에 불타오르는 화장터

- 한국전쟁 막바지인 1952년 수없이 쏟아져 나오는 UN군 전사자들을 급히 화장하기위해 지었던 화장장은 아무런 기록이 없는 폐허로 남아서 그 앞에 선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

나는 저 남쪽 아래가 고향인 박시동작가가 왜 이 북쪽 끝인 석장리에 와 있는지 모르겠다. 그 이유를 여러 번 들었지만 지금도 까먹었다. 아마도 그의 피가 북방 피 이기 때문에 그 피가 부르는 소리를 따라가다가 그만 길이 막혀서 더 이상 올라가지 못하고 허우적거리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15년 동안이나 누구도 찾아오기 힘든 이곳에서 한 맺힌 민통선에서 몸부림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추측해볼 뿐이다.

가로막고 있는 길 양쪽에서는 지금도 계속 총질을 해대며 겁주고 있는데, 단순논리로 베일에 감싸인 정치적 무력이 블랙코미디 같은 상황이다. 그래도 박시동 은 아랑곳하지 않고 봄이오면 진달래 피듯 보이지 않는 벽을 향해 달걀을 던지는 행위를 계속하고 있다.

올해 DMZ예술제의 공연감독을 맡으면서 UN군 화장터를 알게 되었다. 그곳에 처음 찾아갔을때 직감적으로 바로 여기다! 였다. 이 화장터는 참전국 어느 나라도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그 어떤 기록도 남아있지 않다고 한다. 오직 주민들의 증언만이 전해져 오는데 밤낮으로 연기가 피어올랐고 백파이프 연주소리가 끊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곳에서 화장된 전사자들의 영혼은 60년동안 아무도 돌보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러한 영혼들을 위로해 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퍼포먼스가 아니라 진짜 굿으로. 그래서 가깝게 지내는 무당 이해경선생과 상의하였고 진혼굿으로 하자는데 뜻을 같이하였다.

세계 곳곳에서 보내온  77명의 작가들의 DMZ 깃발그림들이 나부끼는 가운데 굿이 시작되었다. 60년전 혼령들이 들었다는 백파이프 소리와 함께 나의 몸짓이 있었고 살풀이춤도 있었다. 피자와 치킨과 양담배가 올라간 굿상 앞에서 이해경만신의 진혼굿이 펼쳐졌다. 믿거나 말거나 혼령들은 깃발을 매단 대나무가 꺽일 정도로 바람을 일으키며 몰려들었고 굿을 시작하니까 언제 그랬냐는 듯 내내 잠잠하였다. 두 시간에 걸친 굿은 고풀이와 천 가르기를 모인 사람들이 함께하면서 원혼들을 달래며 마무리 하였다. 모든 원한들은 화장터에서 불태워져 다시 하늘로 올라갔다. 60년만에. 우리는 하늘로 가는 길 이 편안한 길이 되길 빌고 또 빌었다.
  
퍼포먼스는 굿이다.
그 안에 모든 것이 있다.

DMZ국제예술제 예술감독 유진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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