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제3회 한탄강 현대야외 조각전- 평론 윤우학-
이름 : 축제사무국 * http://www.sj-gallery.com


등록일 : 2012-07-05 15:22
조회수 : 2366
 


   윤우학<미술평론가, 충북대교수>


조각이 환경과 갖는 관계는 오래되고 긴밀하다. 그만큼 조각은 환경의 ‘공간성’을 의식해 왔고 환경 역시 조각의 ‘존재감’을 필요로 했다.
사실 원시시대의 거석문화로부터 발전 되어 온 이 관계는 지금도 변함없이 상호보완적인 구조의 관계로 이어져 왔으며 이른바 환경조각, 혹은 환경예술로 발전한 채, 새로운 예술 탄생의 계기가 되고도 있다. 환경이 빼어나면 빼어날수록, 작품이 우수하면 우수할수록 서로 보다 좋은 공간성과 뛰어난 존재감을 요구하는 사실에서부터 둘의 긴밀한 관계의 원리가 이해되며 상호 필요성이 더욱 절실해 지고도 있다.
오늘날 현대미술의 실상은 조각이니 회화니 동양화니 서양화니 하는 상투적인 장르 구분을 꺼리고 있다. 보다 복합적이고 다원적인 삶과 환경의 변화에 있어서 그러한 구분은 무의미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러한 구분 아래서 예술은 창조적인 힘을 발휘하기가 어렵기도 하다. 따라서 굳이 조각전이라는 이 전시회의 명칭이 이 전시회의 실질적인 이미지와 비교하면 조금은 어색한 뉘앙스가 없는 것도 아니지만 앞서와 같은 조각과 환경의 오래된 상호관계를 의식한다면 오히려 조각전이라는 명칭이 갖는 새삼스러운 의미를 되새겨 보는 차원에서 꽤 의미심장한 비전과 전망을 여기에 낳고도 있다. 말하자면 ‘조각’이라는 사뭇 낡고 구태의연한 장르개념이 ‘환경’이라는 시대의식의 예단에서 기묘한 공존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는 말이 되겠고 이것은 특히 ‘한탄강’이라는 특수한 지리적 요인과 만나 이루는 전시회의 새로운 의미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한탄강 근처에는 빼어나고 유명한 자연환경이 다른 곳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것이 결코 아니지만 예술적 환경을 조성한다면 어느 곳 보다도 수려하고 아름다운, 말 그대로 ‘친환경’의 ‘문화예술’의 명소가 될 수 있는 조건이 있다. 빠듯하고 다이내믹한 삶의 현장을 지니고 있는 수도 서울이 바로 지척에 있으면서도 휴전선이라는 특수한 접경지대가 있어서 오히려 순수하고 때 묻지 않은 자연과 시골환경이 이 한탄강 주변에 유지 되고 있기 때문이다. 혼란과 소음 그리고 각박한 삶의 환경으로부터 벗으나 새로운 삶의 충전이 가능한 곳이 바로 여기이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도 폐쇄적인 분위기와 비문화적인 양상이 남아 있어 정작 수도의 인구들이 여기를 마음 놓고 부담 없이 즐기고 휴식할 수 있는 여건의 곳은 아니다.
따라서 이 지역의 환경을 보다 개선하여 자연과 문화 예술이 조화를 이룬다면, -무조건 개선하고 개방한다면 오히려 단순한 유흥지로 전락하여 자연과 환경을 파괴할 것이기 때문에 어떠한 방식이든 수준 있고 질 높은 문화와 예술이 공존할 때, 한탄강이야말로 수도근교의 명소로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를 의도할 때, 조각과 환경의 만남은 다른 무엇보다 제일 먼저 시도해 볼만한 시급한 일이기도 하다.
올해 제3회를 맞는 “한탄강 현대 야외조각전”은 그러한 의미에서 한탄강 주변의 새로운 변신을 도모하는 조그마하고 소박한 계기가 될 수 있는 전시회다. 넓게 펼쳐진 등선을 활용한 이 전시회야말로 자연 환경과 예술이 어떻게 만나 창조적인 조화의 세계를 만들 것인가를 가르쳐 주는 실마리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산과 강과 들판이 예술의 창조적 공간성과 만나 새로운 세계를 펼쳐 놓고 있었기 때문이다. 올해는 전국에서 초대된 27명의 작가들이 미리 이 환경에 걸 맞는 조각 작품들을 구상하여 자연환경을 최상의 것으로 바꾼 채 관람자의 생생하고 살아있는 정서를 자극하고 있었다. 하늘을 더욱 높고 멋있는 무엇으로 바꾸어 놓았던 이 전시회는 주최 측의 여러 가지 경험에 따른 시도를 통해 공간적 존재감을 최대한 높여 놓았던 것이다.
입구부분의 약간 상업적이고 유치한 시설물을 예외로 한다면 전국에서도 보기 드문 야외 조각전이 전개된 셈이며 그것은 작가들의 공간에 대한 질 높은 의식에 따른 것이라 보인다.
물론 작가의 개별적 발상에 따른 메시지 우선의 작업으로 인해 굳이 야외에서 할 이유가 없는 작업도 없지 않았지만 대부분의 작업은 환경과의 긴밀한 만남을 위해 발상적으로 조화로운 조각을 전개시켰던 것은 확실했다. 예컨대 오렌지색의 선명한 명시성과 더불어 금속제 선의 입체적 집합과 물결화 된 형상의 전개(작가;차주만)는 들판의 바람을 상징하는 서정성을 통해 자연과 작품의 융합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가를 확연하게 보여 주었다. 넓은 들판에 눈에 보이지도 않고, 들리지도 않는, 아리아의 선율을 볼륨감 있는 인체의 비구상적 결합을 통해 아련하게 흘리는 인체조각의 풍요로움(최은동), 수평적 들판에 솟구쳐 가는 수직 구조의 토템 같은 금속구조물의 냉철한 상승감(안병철)은 말 그대로 인상적이었다.
송명수의 구조물은 산업제품의 페기물의 상징을 직사각 입체물이라는 조건 속에 포박시켜(이것은 마치 폐차를 압박하여 만든 작은 구조물 같이 보일 수도 있다.) 그 효율성의 뒤안길이 어떠한 것인가를 보여주는 동시에 환경 조각물로서도 존재감을 잃지 않게 살린 작품이었다. 박시동의 인체 부분 부분의 반비례적 결합성과 결핍적 단편성의 육체는 마치 초현실적 인체의 율동성을 보듯 우스꽝스러움과 동시에 위트와 해학 가득한 존재감을 들판에 퍼뜨렸다. 강신덕의 스테인레스 스틸제의 나무의 독백도 재미있는 발상의 것이지만 크기라든지, 형태를 보다 변형시킨다면 환경조각의 걸작을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환경 속에서 무브망을 실제로 실천하는 작업들은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웬일인지 우리나라에서는 보기가 쉽지 않았다. 이주형의 작업을 보고 그 이유를 곧바로 깨달았다. 그것은 기술상의 문제였다. 사실 이주형의 작품이야말로 그와 같은 들판에 꼭 존재해야 할 작품이다. 바람에 따라 중력감과 더불어 천천히 움직이는 이러한 작업은 모빌의 현대판적 변형, 확대이며 재미있다. 다만 여기에서도 그 무게감을 제대로 지탱하지 못하는 것과 그런 만큼 구조에 대한 신뢰성이 약하다는 것이 문제로 될 수밖에 없다. 이창희의 작업 역시 이러한 공간에서 돋보일 수 있는 복합적 구조의 미니멀한 통일작업이다. 그러나 구조와 색감에서 어쩐지 완결성이 부족한 느낌이라 몹시 아쉽다.   그밖에도 여러 작가들의 좋은 작업들, 특히 구상의 이미지를 환경에 접근시킨 수작들이 있었지만 여기에 일일이 소개하지는 않겠다. 다만 좋은 작업이지만 야외라는 공간성을 살리지 않고 일방적으로 작업을 전개시키는 것에 대해서만은 다시 한 번 작가들의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사고전환을 요구하고 싶다.
한탄강 현대 야외조각전의 전국화뿐 아니라 세계화의 길이 곧바로 열리길 희망한다. 선진국의 작가들조차도 이러한 공간 확보는 쉽지 않은 까닭에 심포지엄의 여러 형태로 추진한다면 그야말로 한탄강의 국제적인 조각명소가 새롭게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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